굿바이, 케이블 TV

나에게 케이블TV는 평생 뗄레야 뗄수 없는 사이일 것 같았다.

처음에는 공중파나 좀 깨끗하게 봤으면 했고, 머리가 좀 굵어 보게 된 케이블에서 제공하는 ‘섹스 앤더 시티’나 미드들을 통해 해외 여러 나라들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문화와 정보를 제공하는 소스였다. 특히 CSI 시리즈만으로도 내게 케이블TV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였다.

OCN에서 무수히도 자주 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미드 CSI: Las Vegas

2011년 12월에 종편이 시작되면서 나도 가끔씩 한두개는 챙겨 봤던 것 같다.

남의 집 살이가 궁금해서 들여다 본 ‘나혼자 산다’

그러다가 재탕해서 내보내는 미드에 흥미가 없어진 때에 마침 TV가 고장이 났다. TV를 새로 살만한 의욕이 나에겐 없었다. 책을 한참 즐겨 읽는 때이기도 했다. 그렇게 TV를 켜지 않고 케이블TV 수신료만 1년 반 넘게 냈던 것 같다.

2016년 넷플릭스를 알게 되어 모바일로 잠깐 체험하다가 휴대폰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이 흥미가 없어서 곧 해지했었다.

2017년 미국 여행을 다녀온 후, “그래, 어차피 뉴욕, 파리, 싱가포르에서 살지 못할 바에는 그냥 서울에서 살자!”라고 결심한 바가 있어 본격적으로 서울에서 글로벌을 체혐헤 보고자 해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접하기 시작했다.

고장 났던 TV도 새로 구입하고 한국에서 발매가 되지 않는 Apple TV도 해외에서 구매하여 미국 계정으로 연결하고, 넷플릭스도 정기권을 끊어서 정주행을 시작했다. 애플TV가 먹통이 되어서 C Cable이라는 것을 사다가 복구도 해 보았다.

나에게 글로벌 콘텐츠를 TV에서 보게 해 주는 고마운 애플TV

미드 한니발, BBC에서 만든 정원 프로그램, 하우스 인테리어 경연, 그리고 잡다하게 봤다. 이후에는 그것으로 모자라 유튜브까지 보게 되었다.

Netflix 프로 중 좋아하는 것들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자기 방송국을 열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더 이상 4대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에 의존하지 않는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해외 콘텐츠에 쏙 빠지다보니, 정말 케이블TV는 이제 일주일에 한번 볼까말까한다. 그리고 셋톱박스 기기는 켜 놓는 동안 너무 뜨거워서 그걸 피하고자 전원을 껐다켰다 하다보니 이 또한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 TV를 계속 봐야하나 고민하는 중에, 2018년 12월에 검색한 미니멀리스트 관련해서, 어느 글 중에 ‘미니멀리스트는 케이블TV 대신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을 본다’라길래, ‘아, 외국 사람들도 케이블TV를 안보기 시작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테스트 삼아 일시 정지했다. 어쩌다 봐야 하는 A매치 경기를 공중파로 보기 위해 16,500원하는 디지털 안테나를 주문해서 TV에 연결해 보았다.

내 TV로는 디지털 안테나가 잘 잡히지 않아, 네이버 TV를 아이폰 미러링을 통해 TV로 보내 공중파를 보자고 정리하고 2019년 1월 드디어 케이블 TV를 해지했다. 케이블TV를 버린 대신 애플TV로 보는 넷플릭스와 유트브, 그리고 네이버 TV를 선택했다.

이렇게 기술의 발달과 소비자의 요구로 인한 미디어와 콘텐츠가 변해간다. 나 20대에는 이런 세상이 될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는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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