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사유: 감이당, 템플스테이 그리고 노자

작년 2018년은 뭔가 막다른 곳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매우 혼란한 채로 2019년을 맞았고, 당분간은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없음을 깨닫고, 이 시간을 잘 보내자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머리 속의 의문을 풀기 위해 여기저기 좋은 말을 듣고자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올 3월, 유튜브에서 우연히 본 고미숙 샘의 강연이 귀에 들어왔다. 수긍하는 바가 많았다.

용기를 내어 남산 밑에 있는 그가 운영하는 공부하는 공동체인 감이당에 1박 2일 다녀왔다. 아주 다른 남들과 가치관이 비슷하여 꾸리고 있는 공동체에서의 삶이 궁금했다. http://www.gamidang.com/

감이당에서 공부하는 모습 (한겨레 신문 사진 퍼온 것)

 

남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 그닥 버거운 일이 아님을 배우고, 템플스테이 시작.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처음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여승들만 계시다는 법륜사부터 들러 보았다. 4월에 갔었다.

절 밑에 있는 ‘여여(如如)카페’에서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은 영국 여가수 Amy Winehouse의 Rehab가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 나는 이게 묘한 해방감이 들었었다

법륜사 차담에서 나는 스님에게 “옳고 그름을 알려면 분별을 해야 할 터인데, 왜 분별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를 물었고, 스님은 “그 분별의 기준이 나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었다.

2회차는 5월에 신라 고찰이라는 여주에 있는 신륵사에 다녀왔다. 여기서 지도 스님과의 1:1 차담을 통해서 나의 이야기를 많이 풀어 놓을 수 있었다. 차담을 나누면서 내 속에 뭔가 아직도 유년시절의 방어기제가 풀려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세번째 템플스테이는 6월에 충북 공주에 있는 마곡사에 다녀왔다.  산세와 계곡이 매우 아름다운 절이었다. 여기서는 처음으로 남자 스님이 템플스테이를 이끌었는데, 그 동안 내 안에 있던 남자 스님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고, 남녀 차이에 대한 생각 또한 바뀌게 되었다.

템플스테이 3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아마 3회를 마치고 내가 원하는 것이 여기에 없음을 깨닫고 잠시 쉬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3회의 템플 스테이를 통해 많이 쉬고 나를 돌아보고 안정을 얻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11월. 유튜브가 내가 평소에 보는 프로그램을 분석해서 자동으로 추천한 것이 최진석 교수의 강의들이다. 그의 첫 강의를 보고 이내 그의 모든 강의를 찾아 보고 책까지 주문하게 되었다.

 

그는 노자는 현대 사상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를 노자 사상이 ‘사유가 아닌 경험의 세계’라는 것을 들었다.

현대에 세명의 위대한 철학자가 나오는데, 그전 철학과 비교해서 프로이트는 의식보다는 무의식을, 마르크스는 정신보다는 물질을, 니체는 이성보다는 동물적 의지, 육체성을 중요하게 보았다. 이 때문에 현대는 이성보다는 감성, 정신보다는 육체, 집단보다는 개별, 보편보다는 특수, 본체보다는 현상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기존의 학문은 남의 것이고 이미 시대에 맞지 않다. 내 스스로 생각하고 통찰하고 이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체성과 개별성, 독립성의 중요함을 설파한다. 그리고 이는 올 한해 동안 헤맸던 것을 잠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사색하게 만들었다. 인생 후반에 들어가는 나로서 아주 반갑고 놀라운 만남이다.

어쩌면 2018년이 힘들었기에 2019년 잠시 멈춰서서 방향을 재정립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 될 정도다.

고미숙 선생님은 명리학을 공부하지만 사상과 태도는 불교와 닮아 있고, 세번  템플 스테이를 다녀 왔으며, 최진석 교수의 노자사상도 동양사상이다. 합리와 이념의 학문인 서양철학에서 이제는 인연과 관계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사상으로 오게 된 것도 매우 좋은 일 같다.

모쪼록 有無相生이로다. 어느 하나만으로 존립하지 못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