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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센터 건물군 - LA

*웹뮤지엄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설명 : http://www.getty.edu
·건축물에 대한 설명 : http://web.reed.edu/academic/departments/art/getty

로스앤젤레스의 명건축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도심에서 서북쪽으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자동차로 약 20분 정도) 브렌트우드 언덕 정상에 우뚝 솟은 유백색의 눈부신 건물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쪽으로 산타모니카산을 바라보며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내려다보는 파노라믹한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이 초현대식 건물들은 미술관 종사자나 미술사 연구자들의 꿈을 실현한 듯 이 분야의 첨단 시설을 자랑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이 센터는 '21세기의 문화 아크로폴리스' 라는 별명을 갖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미술관이다.

게티 미술관은 미국의 석유 재벌 폴 게티(J. Paul Getty, 1893∼1976년)가 오래 전부터 수집하기 시작한 그리스, 로마의 미술품을 기초로 하여 현재는 서양의 모든 시대, 모든 미술품을 골고루 소장한 대규모 미술관이다. 필자는 1960년대 말에 캘리포니아 주립대(U.C. Berkeley)에서 공부하는 동안 당시 말리부 해변 (Malibu Beach)에 있던 게티의 저택에 마련되었던 첫 번째 소규모 미술관을 견학하였고, 그 후 로마시대의 빌라를 본떠서 비교적 아담한 구조로 지은 두 번째의 미술관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이 센터는 1997년에 완성된 세 번째의 미술관이다.

전동차에서 보이는 건물들의 윤곽평면도에서는 전체 구조가 얼마나 입체적인가 하는 것이 잘 나타나 있지 않으나 기본적으로 두 언덕 사이의 골짜기를 연결하여 지은 이 센터는 다양한 층과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면도에서 6번으로 표시된 미술관 건물은 분수, 동양식 바위 정원 등이 있는 중정을 중심으로 둘러 서 있는 서로 연결된 건물군이다.

게티 센터 건물군은 미술관 이외에 게티 보존처리연구소(Getty Conservation Institute), 게티 미술사 정보 프로그램(Getty Art History Information Program), 미술 교육 센터(Getty Center for Education in the Arts), 미술사 및 인문 연구 센터(Getty Center for the History of Arts and Humanities), 게티 재단(Getty Trust), 식당 (Food Center) 및 강당 등의 여러 시설들을 포함한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게티 보존처리연구소는 자체 내의 미술품 보존은 물론, 중국 돈황 벽화의 보존 처리를 위시하여 다른 나라의 문화 유산 보호와 보존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소이다.

서북쪽에서 본 미술관의 중정 및 주변건물
미술관 건물 동쪽 아래층의 카페
센터 최남단의 원형 선인장 정원
식당건물의 선스크린
미술사 연구소 외부
미술사 연구소 내부

이 건물들은 건축 자재, 기하학적 형태, 그리고 크기 단위(module) 면에서 공유하는 여러가지 요소들로 인하여 놀랄 만큼 통일성을 보여준다. 외부를 싸고 있는 건축 자재는 유리, 에나멜로 표면 처리된 알루미늄, 그리고 이탈리아의 티볼리(Tivoli) 지방으로부터 가져온 트라버틴(toravertine) 석재이다. 알루미늄의 표면을 반짝이지 않도록 빛을 흡수하면서도 매끄럽게 밝은 회색으로 처리하여 금속의 느낌을 반감시켰다.

트라버틴이라는 돌은 쉽게 말하면 돌의 생성 과정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화강암과 매끄럽고 치밀한 대리석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돌이다. 부드러운 베이지와 흙색이 적당히 섞이고 대리석에 가깝게 표면을 다듬을 수도 있어 바닥재로 사용하였을 경우 매끄럽게 다듬었다. 그러나 건물 표면의 벽으로 사용하였을 경우에는 클레프트 컷(cleft cut) 방법으로 자연의 결을 따라 갈라지도록 쪼개서 거친 표면에 나뭇잎, 짐승 발자국 등의 화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이 센터의 건물들은 원통형, 입방체, 그리고 인체의 곡선이나 그랜드 피아노의 곡선을 연상하게 하는 부드러운 자유형의 조합으로 배합되어 있는 것도 특기할만하다. 주위 환경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형태를 반복하는 듯한 이들 형태는 눈부시게 차가운 기하학적 형태를 완화시켜 준다. 특히, 건물의 외부 창틀 위의 선을 따라 길게 설치된 차량인 선스크린(sunscreen)이라는 구조가 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 식당 건물의 선스크린이다. 사진에서처럼 길고 가는 그림자들이 땅에 드리워져 이루는 물결 같은 문양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품이다.

로버트 언윈(Robert Irwin)이 설계한 중앙공원단위크기(module)란 쉽게 말하면 우리 건축에서 간(間)과 같은 개념이다. 이 센터에서는 모든 평면과 입면의 크기가 30인치의 단위로 시작하여 그 몇 배수, 혹은 몇 분의 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전체 형태에 규칙성과 리듬을 부여해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벽의 표면도 그냥 밋밋하게 되어 있지 않고 사각형의 단위 면적으로 나뉘어 있어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있다.

게티 센터를 설계한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 1935~ )는 미국 뉴저지주 태생으로 코렐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현재 주거 건축, 미술관, 시청 등 공공 건물들을 모두 포함하여 미국 전역, _유럽 여러 나라에 퍼져 있다. 글자 그대로 밝고 눈부신 그의 건물들은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희망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마이어의 건축을 처음 본 것은 애틀랜타의 하이 뮤지엄(High Museum, 1984년 완성)이었는데 남부의 티없이 푸른 하 아래 온통 햇빛을 받은 횐 건물은 너무도 눈이 부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가 워낙 넓어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는 갈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까닭에 이 곳도 차를 가지고 가야만 하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는 산골짜기를 따라 전동차(tram)로 건물의 바로 입구까지 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 전동차에서 내려 곧바로 계단을 올라가 미술관 로비와 중정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으며 이 중정을 둘러싼 여러 개의 전시실들이 상설전, 특별전 등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전시실과 전시실을 연결하는 복도에서는 활짝 열린 경치와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어서 끝없는 '닫힌' 공간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다른 미술관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구조를 보인다.

미술관의 제일 위층 회화 전시실에는 천장으로부터 자연 채광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위를 쳐다보니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블라인드는 햇볕의 강도에 따라 컴퓨터로 자동 조절되어 전시실로 들어오는 광선의 광도를 조정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광선이 잘 조절된 전시실의 베니스 유화들을 보니 수백년 전의 그림들이 지금 마악 붓을 놓은 것처럼 신선해 보였다.

필자의 전공이 미술사인 만큼 미술사 연구소 건물로 들어가 보았다. 다른 건물과 달리 이 건물은 원형을 이루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연구라는 작업이 근본적으로 내향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형태를 취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가운데 원형 중정을 통해 밝은 빛이 들어오는 도서관 속에
서 조용히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무척 부러워 보였다.

트라버틴 액자마이어 건축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주위 경관을 액자에 넣어 보려는 듯 가끔씩 예기치 않은 곳에 그림틀 같은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식당 건물과 미술사 연구소 중간쯤에 설치된 커다란 직사각형 트라버틴 '액자'를 통해 주변의 언덕과 그 아래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건물을 짓기 위해서 건축가와 건축위원회의 위원들은 세계의 역사적 명건축물을 수없이 답사하여 그 장단점을 토론한 후, 이 게티 센터의 복합적 기능에 가장 알맞으며 자연 환경에 가장 잘 조화될 구조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심사숙고하여 디자인에 들어갔다고 한다. 1984년부터 1997년까지. 즉 모두 13년이라는 긴 기간에 걸쳐 완성된 것이다. 전체 면적은 약 13만 5,000평에 달하며 총 건축 비용은 약 100억 달러가 소요 됐었다고 하니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미국의 미술관들이 10달러 정도의 입장료를 받고 있으나 이 게티 센터는 완전 무료인 것에 또한 놀랐다.

건축가 마이어는 미술관 건물의 일차적 목적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건물공간의 체험을 통하여 미술품들을 사색적 분위기에서 감상하여 그 미적·문화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는 미술품들을 압도하기보다는 작품들 하나하나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건물을 지었다고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 게티 센터는 그 자연 환경과 건물들 자체의 고유한 특징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다.

이성미 - 내가 본 세계의 건축 中 (한국건설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