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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 미술관 - 니스(프랑스)

최근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의 별장이 있다 하여 프랑스의 휴양 도시 니스가 새삼 국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중해 최대의 리조트 단지 니스. 프랑스인들조차 세상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 1위로 꼽는 니스는 그만큼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다. 푸르디 푸른 지중해와 작열하는 태양, 온화한 겨울과 즐비한 아열대성 식물은 이곳이 진정 지상의 낙원임을 실감하게 한다.

2차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등 유럽 왕족.귀족들이 휴양차 니스를 앞다퉈 방문했다고 한다. 코트 다쥐르 해안을 따라 나 있는 앙글레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반나의 미녀들이 천연덕스럽게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그 맞은 편으로 고급스러운 호텔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돈 없다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장 메드셍 거리 좌우로 싸고 묵을 만한 호텔들이 많이 있고, 기차 역 앞에는 중국식 패스트 푸드점인 '쾌찬점(快餐店)'과 저렴한 샌드위치집들이 복닥복닥 모여 식욕을 북돋운다. 그저 마음만 지중해의 하늘과 바다처럼 푸르고 맑게 지니면 에덴 동산의 아담과 하와(이브)가 부럽지 않은 곳이 이곳 니스다. 아름답고 화사한 풍경 외에 니스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바로 특색있는 미술관들이다. 니스 시내에만 마티스 미술관.샤갈 미술관.니스 현대미술관.니스 미술관 등 유명한 미술관들이 있다.

니스에서 차로 30분 거리 안팎에 있는 생 폴 드 방스의 매그 재단 미술관, 방스의 마티스 예배당(로자리오 예배당), 카뉴 쉬르 메르의 르느와르 아틀리에(메종 레 콜레트), 앙티브의 피카소 미술관, 비오의 레제 미술관 등도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명성이 높다.

프랑스의 남쪽 땅 끝에 이처럼 훌륭한 미술관들이 집중해 있는 것은 19세기말~20세기초 보나르, 마티스.피카소.시냑.샤갈 등 위대한 대가들이 남프랑스를 즐겨 찾은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르느와르는 류머티즘의 치료를 위해, 마티스는 기관지염을 고치려 이렇듯 남하했다. 예술가들도 나이가 들고 돈이 좀 쌓이면 아무래도 밝고 따뜻한 곳이 그리운 법이다. 그같은 넉넉함과 여유로움 때문일까. 지중해의 푸른빛과 대가들의 예술혼에 푹 젖은 이방의 나그네는 세상에 대한 미안함과 송구스러움이 들 정도로 넘치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마티스의 순수하고 찬란한 색채 앞에서 눈은 그 용량의 한계를 아쉬워 하며 색의 파라다이스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겠구나 하고 감격하기 마련이다. 세파에 시달리는 다른 이들에게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어쨌든 지상 최고의 안복(眼福)만큼은 한 번 누리고 볼 일이다.

마티스 미술관은 니스의 부촌이자 유행을 주도한다는 시미에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17세기 제노아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에 마티스와 마티스의 상속자들이 기증한 작품, 국가가 기증한 작품 등 총 68점의 회화와 236점의 드로잉, 218점의 판화, 57점의 조각이 소장돼 있다. 그 가운데 푸른색의 아름다움을 그럴 수 없이 싱그럽게 잘 살렸다고 평가되는 유명한 색종이 작품 '푸른 누드Ⅳ' , 꽃과 과일의 단순한 패턴으로 동심처럼 순수한 색의 향연을 펼쳐보이는 대작 '꽃과 과일' 은 그 원색과 단순한 형태가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을 격렬히 때리는 작품이다. '푸른 누드Ⅳ' 의 여인은 머리를 매만지는 듯 사랑스럽게 앉아 있다. 늘씬한 몸매에 우아한 포즈. 종이에 지웠다 그렸다 수없이 반복한 목탄 스케치 자국이 보이는데, 그것은 이 단순한 누드 상이 상당한 고민과 실험 끝에 나온 것임을 시사한다.

마티스는 말했다. "색은 단순할수록 내면의 감정에 더 강렬하게 작용한다" 고. 무엇이든지 쉽고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우리가 대가들의 그림을 보고 "나도 저렇게 그리겠다"고 쉽게 내뱉지만 막상 붓을 들면 욕심이 손보다 늘 한 발 앞서 가기 마련이다. 마티스는 그가 매일 바라본 지중해의 푸른빛만큼이나 단순명쾌한 원초적 아름다움을 이 푸른 누드를 통해 표현했다. 그런 까닭에 이 누드는 지중해 혹은 니스 그 자체가 된다. 더함도 덜함도 없는 니스의 초상인 것이다. 그래서 루이 아라공은 '소설 앙리 마티스' 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마티스의 창은 니스를 향해 열려 있다. 그 경이롭게 열린 창 너머에는 안경 너머 마티스의 눈동자처럼 파란 하늘이 있다. 거울과 거울의 대화가 펼쳐진다. 니스는 화가를 바라보고 화가의 눈에 투영된다... 마티스 입에서 "니스는 나 자신이다!" 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푸른 누드Ⅳ' 를 포함해 마티스 미술관의 유작들은 바로 니스가 마티스임을 생생히 보여주는 증거물들이다.

인근 방스 마티스 예배당(로자리오 예배당)의 깊고 푸른 스테인드 글래스 또한 자신의 재능을 통해 니스의 감춰진 영혼마저 형상화한 마티스의 위대한 손길을 보여준다. 흔히 사람만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빛을 지닌 모든 것은 영혼이 있다. 니스의 마티스는 도시와 색채에도 영혼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천상의 색채들을 통해 해탈한 빛과 영혼의 경지로 우리의 어두운 눈을 인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