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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한국미술실 - 뉴욕(미국)

*웹갤러리 : http://www.metmuseum.org/explore/Korea/koreaonline/index.htm

 

1998년 6월 7일, 한·미 양국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내에 영구적으로 한국 미술품만이 전시되는 한국 미술실 (Arts of Korea Gallery)이 개관되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참석한 이 기념식은 지난 5년여 동안의 준비의 결실이었다. 개관을 전후해서 국내의 언론에도 이 소식이 보도된 바 있고, 6훨 12일자 뉴욕타임즈는 "A Jewel Box of Korean Culture(한국 문화의 보석 상자)"라는 타이틀로 이 개관전을 다루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동서양의 모든 시대, 모든 분야의 미술품을 수집, 전시하는 종합 미술관으로 연중 관람객이 500만 명을 웃도는 세계 굴지의 미술관이다. 그곳에 한국 갤러리가 설치되다니,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1987년 봄 일본 미술실이 개관된 후 무려 11년을 기다린 끝에 이제 우리도 우리의 전통 고급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늦게나마 한국 미술실이 마련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건물의 입구 로비에서 곧장 마주 보이는 장대한 층계를 올라 이층 발코니를 지나 북쪽으로 가면 대형중국불교 조각실이 나온다. 이 방의 커다란 벽면에 있는 원나라 시대의 불화를 마주 보는 방향에서 방 양쪽 끝 부분에는 채 반층도 못되는 높이의 그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는 몇 개의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왼쪽에서 올라가면 중국 선사시대와 청동기시대의 미술품들이 진열된 기다란 통로와 같은 방이 있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인도 미술실이 나온다. 한국 미술실은 이 양 진열실의 중간에 위치한 네모 반듯한 방으로 양쪽 모두에 입구가 있어 접근하기가 쉬운 위치이면서도 통로가 아닌 온전한 공간이다.

비교적 조명이 어두운 중국실이나 인도실로부터 까만 금속으로 처리된 높은 문설주(doorway)를 지나면 하얀 모시옷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한국의 전통적 여인상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약 50평 규모의 한국실로 들어서게 된다.한국 미술실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장점은 전체 공간의 반 정도에 자연 채광을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래 이 건물의 통풍공(airwell)을 기존의 조그만 전시실과 연결하여 하나의 통일된 공간을 마련했기 때문에 이러한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건축가 우규승씨는 이 통풍공 부분을 맞배 지붕 형식으로 위로 좁혀 들어가면서 윗부분에 반 투명 유리를 부착하였고 그 아래 '천장'에 해당하는 부분을 하얀 반투명 직물(theatre scrim : 무대 배경용 헝겊)로 가로질러 갤러리 내부에 빛이 여과되어 은은하게 내려 비치도록 하였다. 전기 조명과 자연 채광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밝으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한국미술관 입면도. 윗부분 천장구조)

하얀 마직으로 도배된 내부 벽면과 역시 같은 헝겊으로 처리된 내부 실열대들도 이와 같은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양쪽 입구를 제외한 모든 벽면에 설치된 진열장에는 무반사 유리(non-reflection glass)를 사용하였으므로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들과 보는 사람들 사이에 전혀 격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바닥은 참나무를 사용하여 우물마루라는 독특한 한국적 마루 구조를 설치하였고 이 마루를 진열장 내부까지 연장하여 공간이 실제보다 넓은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벽면 진열장 유리는 전시 유물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윗부분을 창호지와 같은 느낌을낼 수 있는 반투명의 마일러(myler) 스크린으로 일부 가릴 수 있게 되어 아늑한 효과를 도모하였다. 현재 이 방의 일부에 전시 면을 증가시키기 위한 임시벽(Partition)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벽은 전시의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위치와 형태의 변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우규승씨는 한국건축의 형태를 직접 인용하지 않고 한국적 정서와 미감을 창출해내는 데 성공하였다. 또한, 그는 진열된 미술품들이 돋보이도록 다른 건축적 요소들을 최대한 자제하였다고 한다. 이 점은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의 설계자 모네오(Rafael Moneo, 1931~ )의 생각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라고 느꼈다.

이성미 - 내가본 세계의 건축 中 (한국건설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