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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숙성박물관 - 난주(중국)

중국의 감숙성박물관은 실크로드의 한 중요한 정거장인 감숙성 난주에 위치한 고고, 역사 문물 박물이다. 근래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중국의 여러 유적지를 다녀왔으나 난주는 그 중요도에 비하여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감숙성은 신강, 내몽골 등의 자치구를 제외한 원래 중국 영토의 서북쪽 끝에 위치한 성이며 동쪽으로는 고도 서안이 있는 섬서성과 인접해 있고, 서북쪽으로는 불교 유적지인 막고굴로 널리 알려진 돈황을 거쳐 중앙 아시아의 동쪽과 연정되어 있는 성이다. 즉 서안으로부터 시작하는 실크로드는 천수, 난주, 무위, 가욕관, 옥문관, 그리고 돈황을 거처 중앙아시아로 가게 된다. 이들 중 다시 중요한 것들을 그 노선상에서 고른다면 서안, 난주, 무위, 돈황의 순서가 된다.

난주 일대는 독특한 사막 지형이며 대부분 그리 높지 않은 흙산에 나무라고는 거의 볼 수가 없고 길이가 짤막한 풀들이 엉성하게 덮혀 있어 언뜻 보면 누런 소들이 엎드려 있는 듯한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의 방풍림 조성 계획에 따라 일부 산들에 계단을 형성하고 나무들을 심은 것들을 가끔 볼 수 있다. 난주시 자체는 황하 상류 골짜기에 강의 폭이 좁은 곳을 따라 길게 형성된 도시이며 역사적인 제1황하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감숙성박물관은 원래 1939년 과학 교육관으로 설립된 종합 박물관이며 현재는 소장품의 약 3분의 2정도인 5만여 건이 역사 문물이지만, 자연 표본 등의 과학 자료도 함께 수장되어 있다. 현재의 건물은 1958년에 지은 것이므로 서안의 섬서성 역사 박물관 같이 최신 시설은 아니지만 비교적 모든 전시품들이 손색없이 잘 진열되어 있다. 역사 유물은 신석기시대의 앙소 문화 채도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들, 진, 한시대의 이정표적인 분묘 출토 유물들, 육조, 수, 당대의 불교 관계 유물들, 그리고 송, 원, 명. 청에 이 르기까지 이 지방을 거쳐갔던 모든 문화의 유적들을 포함하고 있어 이 지역이 중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한 눈에 잘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신석기시대의 채도는 붉은 흙빛 위에 검은 흙을 발라 독특한 구상 및 반기하학적인 문양을 낸 토기로 앙소 문화 말기(기원전 2000년경)에는 감숙성 일대의 반산, 마가요, 마창 등에서 각각 특징 있는 지방 양식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이 박물관에는 이들을 대표하는 아름답고 탐스러운 채도들이 아주 양호한 상태로 다수 진열되어 있다. 중국 회화의 기원을 논할 때 항상 거론되는 대부분의 채도들을 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한 후 한자, 도량형 등 여러 가지 제도를 통일 한 것은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일이었다. 이 박물관에는 천수시에서 발굴 당시의 철권, 즉 쇠로 만든 무게의 표준이 있다. 반구형에 위에 손잡이가 달려 있으며 그 한 옆쪽으로 밀착되어 있는 네모난 동판 위에 도량형을 통일한다는 조서(황제의 명령을 쓴 글)가 새겨져 있다. 무게가 32.5kg 정도인데, 이만큼 큰 철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한대의 유물로는 단연 무위시 뇌대 전한묘에서 출토된 청동으로 만들어진 달리는 마상을 들 수 있다. 달린다기 보다 공중을 난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될 지경으로 날렵한 모습에 한발로는 날아가는 제비를 발고 있어 그 속도를 실감하거 한다. 그 밖에도 38마리의 말과 14량의 마차와 의장대의 화려한 행렬을 보이는 청동 조상군도 있다. 기타 신기로울 만큼 보관 상태가 좋은 한대와 당대의 비단, 자수품, 죽통, 목간 등 무수한 보배들이 있다.

육조시대의 유물로는 여러 가지 불교 유물도 있으나 저 유명한 가욕관 신성 1호 묘의 벽을 이루는 채전들을 들고 싶다. 위진 시대의 여러 생활상을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이 그림들은 이 시대의 회화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이 지역의 지속적인 동서 문화 교류 역할을 보여주는 유물들도 많이 있으나 그 중 한 가지를 든다면 단연 명대에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 회교의 성전 코란(Koran) 일 것이다. 금니로 큼직하게 아랍 서체를 흐르는 듯 써나간 후 매 줄마다 작은 글씨의 페르시아어 해석을 붙인 것이라고 하는데 그 서예성이 뛰어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북경에서 난주까지는 비행기로 약 두 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며 난주에서 돈황까지 다시 두 시간의 비행 거리이다. 북경에서 돈황까지 성수기에는 직행 비행기편이 있으나 그렇게 가면 난주를 지나쳐 버리게 된다. 이 중요한 도시 난주를 들러야 사막 속의 보물들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성미 - 내가 본 세계의 건축 中 (한국건설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