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wine.net
         

 

로댕미술관 - 파리(프랑스)

* 주소 : Hotel Biron, 77 rue de Varenne, 75007 Paris (한국대사관 주변)
* 전화 : (1) 47 05 01-34
* 개관시간 :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 개장시간 : 4~9월/오전9시30분~오후5시45분, 10~3월/오전9시30분~오후4시45분
* 메트로 : 13번Varenne역에서 하차
* 버스 : 69, 82, 87, 92번
* 에르으에르(RER) : Invalides 역에서 하차
* 웹갤러리: http://www.musee-rodin.fr

로댕 박물관 정원에 놓여진 지옥의 문 파리 바렌느가에 자리하고 있는 로댕 미술관은 로코코풍의 대저택과 아름다운 정원이 인상적인 미술관이다. 화려한 대저택의 외관도 일품이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보러오는 관광객도 발길이 끊이지 않아서 정원 관람권만 따로 판매할 정도로 정원의 인기가 높다.

우리는 흔히 미술관하면 대형미술관을 떠올린다. 루브르, 오르세이, 퐁피두… 이러한 대형 미술관은 한자리에서 여러 시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개인 미술관 특히 위대한 거장의 개인 미술관은 한사람의 작가를 이해하는 더 큰 즐거움을 준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거장의 인생 속에 녹아있는 진정한 예술혼의 엑기스. 그 결정체의 작품드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Orpheus, 1892, bronze, 145,7 x 103,5 x 115,5 cm)

로댕 미술관은 당대 최고 화가 마티스가 살던 저택

1730년 페랑 드 모라라는 돈 많은 기업가에 의해 건축된 이 저택은 마티스, 이사도라 던컨, 마리아 릴케 등 유명한 예술가들을 거쳐 로댕에게 임대되게 되는 데 로댕은 자신의 아틀리에와 다른 예술가들과의 사교장으로 이곳을 무척 아꼈다고 한다. 1911년 이 저택을 사들인 프랑스 정부는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하다가 결국 1919년 국립 로댕 미술관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한사람의 예술가를 위해 국가가 '국립'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미술관을 헌사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은 아니었을데 이러한 프랑스 정부의 '예술 사랑'에 보답이나 하듯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관은 1, 2층. 총 13실로 나뉘어져 있으며 12전시실까지는 제작 연대순으로 배치되어 있고 13전시실에서는 로댕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회화와 고대 유물의 컬렉션을 볼 수 있다. 동서양의 모든 예술가를 포함하여 로댕만큼 많이 알려지고 세대를 초월해 그 작품이 널리 사랑받는 예술가는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잘 알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 이외에도 <칼레의 시민> , <지옥의 문> , <발자크> , <신의 손> 등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는 "뜨거운 열정"의 작품들이 우리의 눈을 사로 잡는다.

추상조각의 시점이 된 로댕의 탁월한 인체표현능력

The Age of Bronze
1877, albumen print, 26,3 x 16 cm
Auguste Neyt, model for The Age of Bronze
The Age of Bronze, 1877,
albumen print, 26,2 x 13,7 cm

로댕 미술관의 수많은 걸작들 중에 한 두 작품을 특별히 꼽아 이야기하는 것보다 로댕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미의식과 조형적 특질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 국립 미술 아카데미 "보자르(Beaux-Arts)"가 아닌 "프티에꼴(Petit Ecole)"에서 수학한 로댕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876년 <청동시대> 라는 남성 조각상을 발표한 이후이다. 당시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는 인체의 실재성 때문에 그의 작품은 산 사람을 거푸집으로 이용하여 제작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의혹까지 받았는데 이는 그의 탁월한 "인체 표현 능력"을 을 입증하는 하나의 일화에 불과하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과 같이 긴장된 포즈, 닷 과장된 듯 느껴지는 강한 근육, 실제보다 더욱 실재감을 느끼게 하는 이러한 조형적 특질들은 이상화된 미의 형상체가 아닌 우리와 똑같이 숨을 쉬고, 고뇌하며 사랑하는 "생명체"로서 다가온다. 인체의 생명감이 넘치는 표현과는 달리 그외의 것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순화 시켰는 데 이는 훗날 '추상조각'의 시점을 로댕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조형적 특질 중의 하나다.

로댕의 연인이자 수제자였던 카미유 클로델로댕의 작품에서는 근육질의 담당한 남성상과는 달리 아름다운 곡선과 형태로 이루어진 여성상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상반된 성(性)적인 이미지는 서로의 미완을 보완하며 하나의 덩어리로 어울려 사랑이 가득찬 "에로티시즘"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마치 지구상의 남과 여로 서로의 결점을 보완하며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스의 이상주의적인 조각에서 출발하여 부단히 인체에의 탐구에 몰두해 온 서양 조각사는 로댕에 이르러 다시 한번 그 옷을 바꿔 입고 "현대조각"으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다.

로댕과 클로델의 작품을 비교할 수 있는 제6전시실

로댕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생각하는 사람'예술가로서 로댕의 위치와 역량을 제외하고 세인들의 관심은 항상 카미유 클로델이 있다. 알려진 대로 클로델은 로댕의 제자인 동시에 연인이기도 했으며 평생 로댕의 그늘에 가려 여인으로서도 예술가로서도 비극적인 생애를 마치게 된다. 이 가련한 여인의 일생은 영화로도 각색되어 로댕하면 클로델을 함께 떠올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러나 연인으로서는 모르지만 예술가로서의 로댕과 클로델을 대등관계로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스승과 제자라는 기본적인 관계에서도 그렇고, 로댕이 자신 만의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이룩한 것과는 달리 클로델은 평생 로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파리 시내의 어느 조각학원에서의 첫 만남 후 로댕은 가장 믿을만한 제자로서 클로델의 재능을 인정하여 작품 중 가장 섬세함을 요하는 손의 표현을 그녀에게 맡기게 된다.

예술가로서 많은 동질성을 가지고 잇는 두사람은 거의 같은 시기에 비슷한 작품을 남겼는 데 로댕의 <키스> , <가라테아> 와 클로델의 <사쿤달라> , <밀단을 진 소녀> 는 상당 부분 유사하여 로댕이 클로델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을 살 정도이다. 표절 의혹과 클로델과의 스캔들은 이미 상당한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로댕에게 부담을 주었고, 의혹을 산 클로델의 작품을 전시회에 출품하지 못하게 압력을 가함으로써 결국 클로델과 로댕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클로델은 "로댕은 나의 재능을 두려워 해 나를 죽이려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결국 평생을 정신병자로서 비참한 생을 마치게 된다.

뛰어난 천재성은 비극적인 생애에 묻혀 사라지고

제6전시실에는 당시 의혹을 샀던 로댕의 작품과 클로델의 작품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예술가로서 "천재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조각들은 그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비극적 미학을 담고 잇는데 이는 여성으로서도 예술가로서도 로댕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하고 파멸의 길로 치닫은 클로델 자신의 비원 때문이기도 하다. 여인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따스한 햇살이 뿜어져 나오는 창문 아래 유독 그녀의 작품 앞에서 서슬퍼런 한기를 느끼는 까닭은…

글/ 신을연(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