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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미술관 - 상해(중국)

(상해방물관 전경)
중국의 동쪽 해안에 위치한 상해는 아편 전쟁 이후 개항되어(1842년) 중국에서 제일 먼저 서구화된 도시이다. 현재 인구 1,300만명의 거대 도시로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 굳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서구화의 자취는 구(舊) 프랑스 조계지의 19세기 말 신고전주적 양식 건물들에 즐비한 곳에서나 다소 느낄 수 있을 뿐 완전히 중국적인 도시라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특히, 필자가 방문하였던 2월 초는 구정이 지난 바로 직후여서 더욱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도시가 온통 붉은 색 장식으로 뒤덮여 있었고 어느 정도 큰 건물의 출입문마다 붉은 색의 탐스럽게 굵은 획으로 복(福) 자를 거꾸로 써 붙여 놓은 것이 인상에 남는다. '거꾸러질 도(倒)'자와 '다다를 도(徒)'자의 음이 같기 때문에 복이 온다는 뜻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상해를 비스듬히 동서로 가로지르는 포동지경은 유리와 철강, 또는 타이타늄으로 온통 빛을 반사하는 마천루들이 경쟁적으로 올라가고 있어 그야말로 21세기의 국제 도시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1996년 1월 12일에 개관된 상해박물관의 새 건물은 이 박물관이 1952년에 설립된 이후 세 번째의 것이라고 한다. 이전의 두 건물들이 모두 다른 용도로 설계되었던 데 반해 이번의 새 건물은 처음부터 이 박물관의 자랑스러운 문화재를 전시, 보관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란 점에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그 위치 역시 사람들의 발길이 쉽게 닿을 수 있는 상해 인민광장의 바로 옆이며 근처에는 시립 도서관이 있고 현재 건축 중인 오페라하우스와 극장이 가까이 있어 부근 전 지역이 상해의 문화 예술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새 박물관 건물의 외양은 내부 전시실의 첨단 시설과는 달리 중국 전통 문화의 요소가 여기저기서 감지되는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지하 2층, 지상 1층으로 설계된 이 건물의 대략적인 구조는 방형 기단 위에 중간층은 약간 잘록하게 들어가고 그 위에 윈형을 올려 놓은 것이다 원형 부분 가장자리의 네 방향에 중국 고대 청동제 솥의 손잡이를 면상시키는 아치형의 구조가 각각 올라가 있다. 건물의 정상부분에는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볼록거울의 형태를 한 광창이 있어 건물 내부 중심 축을 이루는 공간의 바로 위에 서 자연 채광을 제공해 주고 있다. 건물의 전체 높이는 29.5m이며 건평 은 3만 8,000㎡나 된다. 필자가 처음 이 건물을 보고 직감적으로 느낀 것은 중국의 고대 옥기의 일종인 종에 압축적으로 반영된 '천원지방',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고 본 고대 중국의 전통적 우주관이었다. 이 박물관 건축을 소개한 책자나 글에 따라서는 청동제 솥을 본 뜬 것이라고 하기도 하며, 또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형 구조와 광창의 볼록한 형태가 한나라 때 동경을 연상시키기도 한다고 설명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설계를 맡았던 상해 건축연구설계원의 싱통허 책임 책임 건축가나 마청위앤씨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역시 천원지방 우주관에 기초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 관장은 또한 중간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가 원형 부분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형상과 건물 윗부분이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듯한 형상이 인간의 상 상력이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하였다. 박물관 건축에 더 없이 적절한 상징성일 것이다.

박물관의 남쪽 입구 양쪽에는 횐 대리석으로 조각된 거대한 여덟 마리의 서수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의 한대부터 당대에 걸쳐 제작된 소규모 조각품들에 기초하여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밝은 횐색 돌은 건물의 부드러운 담갈색과 잘 조화되지 않을 뿐더러 이들의 구상적 형체는 추상적, 기하학적 형태를 하고 있는 건물과도 어딘지 불협화음을 내는 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부의 전시실은 1층부터 3층까지는 중앙의 채광정을 중심으로 평평하니 방형으로 설계되었고 4층은 외형과 마찬가지로 원형의 평면으로 되어 있다. 중국 고대 청동관, 조각관 그리고 특별 전시실인 제1전람청이 있고 2층에는 도자기실, 또 다른 특별 전시실인 제2 전람청이 있으며 명·청대 가구와 실내 장식을 본떠서 꾸며 놓은 다실이 있어 전통적인 분위기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잠시 쉬어 다음 전시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3층에는 중국 역대 회화관과 서법관, 그리고 새인관이 있다. 마지막으로 4층에는 중국 고대 옥기관, 몇, 청가구관, 역대 전폐관, 소규모 특별 전시실이 있고, 중국 전통 미술 박물관으로는 드물게 소수 민족 에술실을 따로 마련하였다. 5층과 지하에는 연구실, 보존 처리실, 도서실, 사무실 , 그리고 수장고가 자리잡고 있다.

전시실 내부는 세련된 전시 디자인 설계를 보이고, 섬유광 조명(fiber-optic lighting), 또는 동작 감지조명(motion-sensitive lighting) 등 첨단 조명 시설을 갖추고 있다. 후자는 단일 전시실로는 가장 넓은 회화관(약 400명)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수백년된 그림들에 많은 광선이 비치지 않도록 하는 데는 더없이 적절한 시설이다. 즉. 진얼장 앞 에 사람이 다가가면 불이 들어와 약 30초 정도 켜진 상태에서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된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가까이 다가서야만 불이 들어 오기 때문에 큰 그림을 조금 멀리서, 전체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토록 섬세한 문화 유산을 오랫동안 보존해야 하는 인류 공동의 책임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중국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가진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의 문화 민족으로서의 긍지,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문회 정책은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차원이 높은 듯, 문화를 통한 국가적 이미지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보이고 있음을 곳곳에 서 느낄 수 있었다. 축소된 규모의 임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앞으로 몇 년을 더 버터야 할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 감회가 교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성미 - 내가 본 세계의 건축 中(한국건축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