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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시립미술관 - 타이베이(대만)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은 7년여의 준비 끝에 1983년 12월 24일 개관되었다. 중국 전통 미술의 전당인 국립고궁박물원, 그리고 국립역사박물관 등 기존 박물관의 목적이나 기능에 중복되지 않는 현대 미술의 전담 기구로서 등장한 이 시립미술관은 타이베이 시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동양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미술관의 위치는 타이베이시의 제2호 공원 예정지이며 중산 북로와 신생 북로의 교차점에 있는 삼각 지대로서 동북으로는 기륭하변의 하빈공원을 마주 보고 있고 서쪽은 원산동물원을 마주 하고 있는 넓은 지점이다. 결국 이 미술관 건물은 이와 같이 시원하게 트인 전망을 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고궁박물원이 타이베이시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어 교통이 다소 불편한데 비하여 이 시립미술관은 시내 중심지에서 가까워 시민 생활의 반경내에 들어 있다는 이점도 있다. 결국 이 건물은 뚜렷한 기능을 가진 하나의 시립 예술품인 동시에 번잡한 도시 생활에 시달리는 시민들에게 시원한 안식처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1976년 정부의 문화건설정책의 일환으로 당시 타이베이 시장의 제안과 교육부장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미술관 건립이 확정되고, 이듬해인 1977년 10월부터 구체적인 건립 계획이 진행되었다. 미술관 건립이 확정된 후 건물 설계는 공모에 의하여 채택되었는데, 당선작은 가오어판 건축사 사무소의 설계였다. 여기에 일본 토오쿄오대학교의 무라마츠 쿄오지로오 교수와 몇몇 다른 건축가들의 의견을 더 참작하여 현재의 건물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1980년 10월에는 건물의 외부 구조가 대략적으로 완성되었고 1983년 3월에는 당시 국립고궁박물원의 국제 자료부 부장이었던 수뢰이빙 여사를 미술관 주비처의 주임으로 임명하였다. 수 여사는 개관 전 8∼9개월간의 여러 가지 힘든 준비 과정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개관과 동시에 초대관장으로 취임하였다.

고궁박불원이 중국 전통 건축의 모습을 현대 건축 구조와 배합시킨 건축물인 것에 비하여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의 외관에서는 동양 전통 건축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이처럼 초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철근 콘크리트와 유리로 된 건물이지만 그 기본 구조는 역시 동양 전통 건축의 정신에 입각하여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즉, 안마당에 해당하는 사각형의 중정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빙 둘러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다. 2층과, 3층은 이 중심 구조 위에 기다란 사각통 같은 공간을 서로 90도 각도로 쌓아 올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동양 목조 건물의 목재가 서로 90도 각도로 물려 있는 구조에서 착상된 것이라고 한다. 단지 이 건물에서는 그 '목재구조'들이 공간을 가진 구조로 대치 되었으며, 앞서 말한 중정과 더불어 놀라울 만큼 많은 자연 광선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네모난 상자 같은 돌출부분 이 바로 이 사각 통 공간의 끝 부분이며, 이들은 각각 작은 독립된 전시실 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점도 가지고 있다. 건물의 큰 벽면이 유리로 되어 있고 중정의 공간과 더불어 건물 안팎 공간의 연결감이 극히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6,200평의 대지에 건평 약 7,194평 규모의 이 건물은 고궁박물원보다 실제로 더 넓은 전시 면적을 가지고 있다. 건물 전체에 최신식 조명, 습도 온도조절 장치도 갖추고 있다.

다른 어느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타이베이 시립미술관도 미술품의 전시 및 수집을 그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현대 미술에 중점을 둔다는 특색과 시민들의 미술에 대한 인식을 높일 목적으로 여러 가지 교육적 행사를 한다는 점이 좀더 강조되고 있는 듯하다. 그 중에도 세계 각국의 현대 미술을 대만에 소개하고 반대로 대만의 현대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 교류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개관 특별전으로 세계 판화전, 일본 칠기전 등이 개최되었다. 또한 현대 미술에 관한 도서, 자료 등을 갖춘 도서관을 만들고 현대 미술 연구의 중심 역할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미술관 개관과 더불어 계간지인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관간」도 출판하였다. 이 창간호에는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전시회가 상세히 소개되어 있고 그밖에도 중국의 현대 미술에 관한 짧은 몇 편의 논문, 그리고 개관까지의 과정을 서술한 글들이 실려 있다. 국제 교류를 도모한 전시 가운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현재 해외 (미국, 유럽, 동남아 등 여러 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해외 예술가 연전)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자국인들에게 모국과의 유대를 유지하게 하며 국내에서만 활동하는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는 의미에서 의의가 크다.

개관전에 이어다른 특별전들이 기획되어 있다고 한다. 아직 수장품을 다수 보유하지 못한 상태이고 전시공간의 규모가 상당히 크므로 전시품들을 의미있고 다양하게 전시하는 일은 단순하거나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미술관의 건립 취지와 목적이 계속 충실히 실현되기를 바란다.

이성미 - 내가 본 세계의 건축 中 (한국건설산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