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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 바티칸 미술관

*주소 : 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
*전화 : 06-698-3333
*교통 : 지하철 오타비아노 역에서 도보로 10분
*휴관 : 일요일(매달 마지막 일요일은 제외), 8월 14.15일, 11월 1일, 12월 8.25.26일
*웹갤러리:http://www.christusrex.org/www1/vaticano/0-Musei.html


그리스 조각의 원형 간직

언제부터 사적인 미술품 컬렉션이 시작됐을까? 로마 시대부터다. 언제부터 본격적인 미술시장이 형성됐을까? 로마 시대부터다. 언제부터 미술품 위작이 활개치기 시작했을까? 역시 로마 시대다.

고대 로마시대에 이미 현대 미술시장의 주요 특징들이 다 나타났다. "이 선생, 여기 이탈리아 미술관들의 고대 조각이 대부분 가짜래요. 내가 영어 가이드 북을 봤더니 다 '카피(Copy)' 라고 나와 있습디다. 진짜 그래요?" 가끔 나와 함께 유럽 미술관 투어를 가는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다.

맞다. 카피다. 그러나 그것은 고대의 원품을 어디 감춰두고 관람객의 눈을 속이기 위해 최근에 만든 가짜가 아니다. 그리스의 걸출한 조각을 보고 혀를 내두른 고대 로마인들이 "더 이상의 훌륭한 조각은 있을 수 없다" 며 그리스 조각 베끼기에 몰입해 당시의 로마가 '카피 천국' 이 된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시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게 그 카피들은 로마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조형 유산이자, 그 덕에 오래 전 망실된 수많은 그리스 작품들의 원형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유물이 됐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

예나 지금이나 시장의 요구는 이처럼 무섭다. 시장의 발달에서 알 수 있듯 풍부한 미술 유산을 잘 구비하고 보존해온 로마. 르네상스와 17세기 바로크 때의 방대한 유산까지 합쳐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그러므로 로마를 여행하는 이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대한 박물관의 미로를 헤매는 왜소한 관객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제를 정하고 거리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도시 감상법이다.

예를 들어 16세기 종교개혁의 갈등과 외적의 침입으로 시달린 로마는 17세기 들어 그 위용을 재건하기 위해 베르니니라는 바로크 조각가 겸 건축가를 적극 활용했다. 그의 작품은 성 베드로 성당의 장막과 광장의 열주, 트리토네 분수, 아피 분수, 유명한 조각 '아폴로와 다프네' 가 있는 보르게세 미술관, 몬테 치토리오 궁전 등 로마 구석구석 20여곳에 산재해 있다. 그의 작품을 통해 17세기 로마의 장엄한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로마에서는 일반 관광객도 이처럼 고고학자가 되어 시대를 층층이 분리해 관광하게끔 만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버금가게 엉망인 교통질서에다, 메뉴판에는 나와 있지도 않은 자릿세를 요구하는 관광지 식당들의 교묘한 상술까지 더해져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 것이다. '로마의 휴일' 을 즐기는 분들이 그런 혼란 속에서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이탈리아의 이런 예술적 자산이 그들의 패션.디자인.인테리어 따위를 세계 최고로 여기게끔 만든다는 사실이다.

패션.디자인 경쟁력 원천

제품의 질? 그건 두 번째다. 브랜드, 그것도 나라 자체의 브랜드가 제일 무섭다. 다른 유럽인들도 이탈리아에 가면 기죽는 판이다.

상품의 '브랜드 파워' 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이처럼 그 나라의 문화예술적 위세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로마가 그 출발을 베끼기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베끼기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가 바티칸 피오 클레멘티노 미술관에 있는 '라오콘' 이다. 기원전 2세기의 그리스 청동조각을 서기 1세기 초 대리석으로 모각(模刻)했다. 트로이의 제사장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이 커다란 뱀 두 마리에 휘감겨 비장하게 최후를 마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라오콘은 그리스 군대가 만든 목마를 트로이 성 안으로 들여보내면 안된다고 동료 시민들을 설득하다 그리스 편인 아테나 여신이 보낸 뱀에 물려죽었다. 이를 보고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오지 않으면 신들이 저주를 내릴 징조" 라고 생각해 부랴부랴 목마를 끌고들어온 트로이인들은 결국 망하고 말았다. 진정한 애국자를 알아보는 일은 이처럼 어렵다.

꼭 봐야할 미술관 즐비

이 트로이의 애국적 영웅은 곧 로마인들의 영웅이 됐는데, 그것은 이렇게 멸망한 트로이의 유민 가운데 아에네이아스 장군이 이탈리아로 흘러들어와 로마 건국의 시원이 됐기 때문이다. 아에네이아스는 아프로디테(비너스)의 아들이기도 해 로마인들은 또 아프로디테를 로마의 수호신으로 섬겼다. 물론 이 이야기는 로마가 그리스 문명의 후광을 업기 위해 후대에 조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을 예술을 통해 조작할 때 가장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용비어천가적 예술 활동' 을 적극 장려한 이가 바로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다. 바티칸에는 이 뛰어난 선전가의 잘 생긴 전신 초상조각 또한 고이 모셔져 있다.

이 밖에 '활을 구부리는 에로스' , '벨베데레의 아폴론' , '부상당한 아마존' , '티투스 황제' 등 다른 유명한 신화의 주인공들과 로마 황제들을 조각한 많은 조각들이 피오 클레멘티노 미술관.키아라몬티 미술관.브라치오 누오보 등 바티칸의 조각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올해 보수관계로 문을 닫은 카피톨리노 미술관과 더불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에 감흥을 받은 사람이라면 한번은 꼭 들러봐야 할 미술관들이다. 바티칸 박물관은 이들을 포함해 모두 24개의 미술관.기념관으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