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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미술관 - 서울(한국)

*주소:서울 종로구 부암동 210-8
*전화:02) 391-7701~2
*개관:10:00~18:00 (동절기 11월~2월 10:00~17:00)
*휴관:월요일, 신정, 구정, 추석
*교통:지하철 경복궁 3호선역 하차, 연계버스 이용
*웹갤러리:http://www.whankimuseum.org

(입구쪽에서 바라본 환기미술관 전경)

환기 미술관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서양화가 고(故) 김환기( 1913∼1974년) 화백의 그림을 상설 전시하기 위해 지은 조그마한 사립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을 건축한 우규승(1941∼ )씨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한국실을 설계한 건축가이다. 그는 조선일보가 선정한 광복 이후 한국의 최우수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l988년에 건립된 이 미술관은 서을 부암동, 즉 북한산 기슭에 동서로 뻗은 좁은 계곡의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으며, 한국 건축가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세계적인 미술관 건축을 소개한 Justin Henderson의 Museum Architecture(Rockport, 1998)라는 책에도 수록되었다.

고 김환기 화백은 중·장년기 동안 파리와 뉴욕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국내외에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의 그림은 동도서기(東道西器), 즉 서구적인 수단으로 동양의 정신을 표현한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서양 화가로서 한국적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추상화의 선구자이기도 하지만 그의 그림은 반 추상, 또는 완전 추상적 형태로 나타나는 산, 달, 나무, 새, 그리고 별이 가득한 밤하늘 등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다루어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이러한 김 화백의 그림을 담을 '그릇'으로서 설계된 환기 미술관 역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요소와 현대 건축의 감각을 모두 살리고 있다.

가파른 산비탈 아래 좁은 대지 위에 지어야 하는 제약을 건축가는 오히 도전과 기회로 삼은 듯하다. 대지 면적이 2,812㎡, 건축 면적은 593㎡이며 총 내부 공간은 1,494㎡로 전체 대지의 약 5분의 1 정도를 건물이 차지하고 있어 정원이나 주변이 도시 건물로서는 매우 여유 있게 설계된 셈이다. 건물을 반지하로 설계함으로 겉으로 보이는 높이에 비해 내부 수직 공간을 훨씬 넉넉하게 만들었다. 또한, 미술관 전체를 본관과 별관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지음으로써 기능적인 분리와 좁은 대지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였다.

중정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돌담을 연상하게 하는 담으로 둘러싸인 마당으로 들어서면 계단을 올라가 오른쪽으로 카페(1층)와 특별 전시실(2층)이 들어 있는 별관이 있고 계단에서 곧바로 흙으로 된 작은 마당을 지나면 본관의 입구에 다다른다. 본관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현관과 사무실이 있는 작은 부분과 전시실이 있는 부분으로 다시 나누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모두 연결된 공간이다.

전시실은 입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천장이 높은 네모난 공간과 그 뒤로 연결된 이층 구조의 쌍둥이 궁륭식 천장을 받치고 있는 부분으로 구분 할 수 있다. 첫 번째 공간은 구조적으로 이중으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8㎡의 입방체이다. 이 공간의 높은 천장은 외부로 연결된 중정(中庭)을 받치고 있다. 중정은 본 건물의 외부 옆으로 한번 꺾여지며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서도 갈 수 있고 전시실 현관의 외부 오른쪽으로 있는 계단과도 연결된다. 중정을 통해 자연채광을 받는다든지 건물의 각 부분으로 갈 수 있다든지 하는 것 역시 전통 한옥의 건축적 요소이다. 중정을 싸고 있는 벽은 반투명 유리 블록으로 되어 있다. 중정의 한 가운데는 우물을 연상하게 하는 위가 유리로 덮인 둥그런 구조물이 있으며 이 유리 부분은 바로 그 아래 천장 위에 뚫린 '눈(oculus)'에 해당한다. 즉 내부로 채광을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중 벽 공간은 폭이 1m가 조금 넘는 듯하고 3층으로 올라가는 여유있는 계단이 빙 둘러 대상(ribbon)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중 벽 사이에서 올려단 본 중정의 빛중정을 받치고 있는 아래 공간의 천장과 "눈"내부 벽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윗부분에 '창' 이 여러개 뚫려 있어 중정의 유리 블록 벽으로부터 들어오는 광선이 부드럽게 전시실 안을 비쳐준다. 쌍둥이 궁륭식 천장이 있는 부분은 두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위층은 하나의 간이며 아래층은 중간 벽으로 부분적으로 분리된 공간이다. 위층 공간의 두 궁륭 천장 사이에는 수직으로 바닥까지 내려오는 창이 있어 인왕산의 바위 봉우리를 내다보게 되어 있다.

중정을 통해서 이중 콘크리트 벽 사이로 들어오는 광선과 전기조명이 적절히 배합된 실내는 고 김환기 화백그림의 현대적 감각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특이한 구조는 또 다른 예기치 않은 공간들을 제공해 주어 관람자로 하여금 여기저기를 선택적으로 다니며 실내외를 넘나드는 새로운 건축적 경험을 맛보게 한다.

마당에는 소나무, 대나무 등 한국적 식물들로 아담하게 조경된 정원이 있다. 중정의 밖으로 산비탈에 기대어 쌓아 올린 담의 안쪽에는 역시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화계가 축조되어 있고, 그 각층에는 쌀쌀한 초봄의 날씨에 개나리가 마악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두 예술가의 만남,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의미에서 이 미술관은 우리모두에게 아주 귀중한 존재이다.

이성미 - 내가 본 세계의 건축 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발간)

(환기미술관 건축가 우규승님 글)

중정아래 이중벽 전시공간부암동 골짜기는 큰 건물이 들어가기에는 스케일이 작다. 그리고 부지는 대지면적이 제한되어 있는 한편 그 형태도 복잡하다. 반면에 미술관은 전시실 및 공용공간에 높은 천정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주거환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용적이 요구된다. 이러한 상반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우선 상당한 프로그램 공간을 지하공간에 배치하도록 계획하였다. 건물은 분절시켜서 여러 개의 건물이 모이는 집합형태를 취하는 설계개념을 설정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각각의 건물은 서로 다른 형태와 기능의 의미를 갖는 동시에 전체로서는 집합체로서 미술관의 의미와 기능을 갖게 된다.

건물들은 담으로 규정된 영역내에서 중정을 중심으로 모여 있으며 계곡의 흐름에 따라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 흐름속에서 상부의 본관 건물들은 복사면의 방향에 맞추고 남측부속 시설은 부지경계에 맞추어서 축의 변화를 이루고, 진입부문의 별관을 축에 맞추어서 축을 균형적으로 엮도록 하였다. 큰 흐름속에 작은 변화들은 계속안의 크고 작은 질서를 반영한다.

건물의 축과 계곡의 방향을 일치시킴으로써 골짜기 내에서의 공간의 흐름을 부각시키는 한편 건물들 사이에 동서 방향의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그 축을 따라 북한산성과 인왕산 등 원경을 차경으로 도입하게 되었고 일련의 벽들을 동서로 배치함으로써 좁은 계곡 건너 혼잡한 시계를 차단시켜준다. 법규상의 조건이기도 하였지만 지상에 노출되는 건물의 높이를 대응하게 하여 전체의 지형이 암시적으로 인식되도록 하였으며 가장 높은 곳에 배치된 상설전시관은 관객 동선의 최상부에 자리함으로써 두 볼트의 형태를 가진 건축형태와 함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궁륭식 천장이 있는 3층 전시공간외곽에 위치한 부속 관리동은 각 층이 단을 지어 점차 높아지게 함으로써 주위의 작은 건물들의 스케일에 조화시키는 한편 동쪽으로 높아지는 지형을 일시적으로 연상토록하는 의도로 구상되었다. 건물의 재료는 전통 한국건축과 같이 땅에 접하는 부위는 조적의 의미를 가진 석재로 하고 그 위는 판재로 표현된 석재, 그리고 지붕은 납을 입힌 동판으로 처리했다. 별관은 외곽의 단과 함께 고압벽돌을 사용함으로써 본관의 특수성에 대비한 보편성을 표현하였다.

미술관의 내부공간은 중정 및 지하에 위치한 8m입방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있다. 이 공간은 전시실의 기능을 겸비한 다목적 공용공간으로서 도시의 중심광장같이 집합 및 인식의 중심역할을 하며 이 공간 주위의 환상형 계단을 통하여 각종 전시실이 연결된다. 사면의 외벽은 일광이 투사되게 함으로써 폐쇄감을 해소하고 외계와의 연계를 암시해준다. 각전시실과 중심공간과의 연결 부위에는 접속공간의 영역을 설치 하여 각 공간의 독립된 의미를 강조시키고 동시에 미술관에서 필요한 동선, 수장과 설비시설들을 수용하 도록 계획하였다. 동선체계는 일련의 환상체계로 되어 있고 이들 환상 체계가 간헐적으로 교차하게 함으로써 관객이 움직이는 동안 동선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성을 준다. 전시실 및 대부분의 내부공간은 흰벽으로 처리했다. 벽과 천정 모두가 동일재료로 그 조형성은 크기와 형태를 통해서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전시를 위한 조명은 미술품의 보존 및 조명 조절이 용이한 인공조명으로 하고 드로잉 전시실을 제외한 각 층의 전시실들은 공간의 폐쇄감을 해소하기 위해 간접일광을 도입했다.

옥외공간은 대도시 안에 위치한 미술관으로서 충분한 휴식공간을 갖춤으로써 미술관의 경험을 풍부하게 보완할 수 있도록 담에 쌓인 대지 안 북측 경사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조경, 산책로 및 휴식공간으로 계획하였다. 대문에서 본관까지는 기존의 두 소나무를 중심으로 주 옥외공간을 형성하게 되어 본관 및 별관 진입을 위한 앞마당 기능을 하게 되며, 본관의 중앙에는 중정이 있고 화계가 형성 된 후원 및 건물과 담 사이에는 계단으로 구성된 산책로가 있다. 이들 옥외공간은 몇 개의 환상조직으로 연속된 공간을 이루는 한편 중간에 실내동선과 접하게 함으로써 전체 동선 을 따라 내외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환기미술관은 계획 5년만에 준공되었다. 미술관은 계획기간과 관계없이 오랜 시간 남아 있게된다. 주거나 상업건물과 달리 시대가 바뀌고 관객이 바뀌더라도 소장된 작품은 영원히 남이 있게 되고 그 작품을 수장하는 미술관 역시 오랜 생명을 갖게 된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 오랜후 에 올 사람들 모두가 미술관의 손님이다. 이런 의미에서 불가피하게 그리고 당연히 미술관에 표현되게 되는 수화 선생님이 사신 시대와 우리가 사는 시대의 역사성을 뛰어넘어 무엇보다 미술관이 자리하는 땅이 갖는 속성과 건물의 질서가 갖는 의미를표현하는 설계를 통해 지속적인 생명력을 부여하도록 의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