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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스페인에 갑니다.- 여행준비


가슴설레는 첫 해외여행입니다. 저도 외국 뱅기도 타보고, 여권도 만들고, 세관검사도 해보고, 외국인들도 만나게 되는 군요. 음하하. ^0^ <- 왕 촌스럽죠?!

시간이 없어서 단 1주일이라도 가보고 싶은 곳을 가기로 하고 친구를 꾀어내서 스페인을 가기로 했습니다.

스페인을 첫 여행지로 꼽은 이유는 97년 당시 물가가 우리랑 비슷하고, 스페인의 회화의 전성기인 바로크 시대만 보면 됐기 때문에 프랑스와 같이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쉬웠기(?) 때문입니다. 즉, 짧은 시간에 무엇을 봐야 할지가 분명했습니다. 고야, 엘그레꼬가 있는 프라도 미술관과, 가우디가 있는 바르셀로나, 알함브라가 있는 그라나다를 가기로 하고 루트를 짜고 만반의 준비를 다 했습니다.

마드리드

그동안 고대하던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저녁 8시에 도착한다니 너무 어두워서 숙소를 구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남쪽이라 그럴까요? 아직도 환합니다. 인폼데스크에 가서 숙소를 추천해 달라고 하고 그리가서 여장을 풀고 하루밤을 묵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입니다. 아침식사를 한 다음 오후에 바르셀로나로 가기 위해서 짐을 꾸려 다시 등에 지고 프라도미술관를 향해 떠났습니다.

(프라도 미술관 전경)

자, 이제 미술관을 들어갑니다. 실내에서는 플래시 터트리는 것이 금지되어 있서 좋은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하였습니다.

고야 옷입은 , 혹은 옷벗은 마하도 보고, 프랑스군의 스페인 침략을 다룬 1807년 5월 3일의 학살도 보고Black Paintings도 보고 나서 이제 다른 작가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벨라스케스, 티치아노 그리고 엘 그레코 그림도 많이 있었습니다. 역시 프라도 미술관은 회화의 보고 답습니다. 눈이 부시고, 너무나도 찬란합니다.

엘그레코의 다수의 그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키를 훨씬 넘는 커다란 화폭을 보니 노장의 수고가 새삼 느껴집니다. 탁한듯하면서 묘하게 느껴지는 색채와 길게 늘어뜨린 사지들을 보았습니다. 그는 정신세계를 담으려고 한 걸까요? 동양의 정서를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후아.. 봐도봐도 끊임없는 회화의 행렬, 색채의 향연, 무수한 알레고리와 역사성... 스페인의 과거 영광이 느껴지는 왕족과 귀족의 모습 등... 이만한 콜렉션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까요? 그 생생함 때문에 아마 사람이 없는 밤이 되면 그림끼리 서로 대화라도 나누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프라도 미술관을 나와서 공원에서 한숨 돌리며 지도를 보니 역시나 주변에 많은 미술관이 있군요. 쉽게 꼽는 것만 해도, 피카소, 달리, 미로 등의 현대 미술가의 작품을 찾아 보고 싶었지만, 일정상 눈물을 머금고 주변을 간단히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주택들은 석조로 지어서 견고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레티로 국립공원에 갔는데, 왕족인 듯 싶은 조각들이 열을 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난 길로 걸어 갔습니다. 녹음이 우거지고, 한 가운데는 큰 호수가 있어서 사람들이 보트를 젓고 있습니다.

 
엘그레꼬
<엘그레꼬 그림 앞에서>
고야 동상
<고야 동상>
프라도 미술관 뒷길
<프라도 미술관 뒷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에서 오전중에 프라도를 보고 오후에는 밤기차를 이용하여 14시간 걸리는 바르셀로나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기차표를 끊는데 매표창구 아줌마가 영어를 못합니다. 저는 '두차'가 뭔지, 아줌마가 뭘 흉내내는지 모르고 그냥 1등석 기차라는 '탈고'만을 외쳤습니다. (나중에 봤더니 샤워하는 흉내를 내면서 '샤워할 수 있는 칸을 줄까?'하는 거였습니다. 샤워가 스페인어로 '두차'랍니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서 돌아왔더니, 파트너인 친구가 뭔지도 모르고 비싼 것 끊었다고 심술을 부렸습니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근처 스페인 아저씨가 친절히 설명해 줘서 그 표가 단독(!), 침대칸(!), 샤워실(!)인 1등석 표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잘못이 절대 없었습니다. 심술부리던 친구야... 너의 인간성 그때 알아봤느니라... -_-+ 킥킥킥!!! 이렇게 공개적으로 복수를 하니까 너무너무 시원합니다. ^o^ 하하하...

바로셀로나로 출발입니다. 가리는 것이 없어 정말 큰 하늘이 보이는 건조한 벌판을 지나 키작은 해바라기들을 보면서 이국의 정취를 맘껏 느꼇습니다.

바르셀로나 광고판바르셀로나는 정말 멋진 도시입니다. 바다바람이 불어 상쾌하고,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모든 것이 풍요로워 보입니다. 내륙이라 조금은 건조하고 빽빽한 느낌이 들던 마드리드와는 또 다른 풍경입니다. 바로셀로나에서는 2박을 하기로 했습니다.

(옆 사진은 시내에 걸린 광고사진으로 대형 쇼핑점이 할인한다는 내용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렇게 벗고 있죠... --;;; 저도 옆에서 흉내를 내어 보았습니다. 뭐 닮지도 않았지만요...)

아침에 도착한 우리는 또 숙소를 잡고 가우디 성당을 보기 위해 길로 나섰습니다. 드디어 성가족성당(라 사그라다 파밀리아)을 보러 갑니다. 멀리서도 성당의 특징인 뽀족 지붕들이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온 성당과는 너무나도 틀린 모습입니다. 화강암이 마치 촛농이 녹아내리듯 조각이 되어 있습니다. 가우디는 신을 맞이한다는 성당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성당 정면의 일부분다소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지 않습니까? 유감스럽게도 카메라 거리가 맞지 않아 전체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성당의 정면은 너무나도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높은 창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아름답고, 성서의 일화를 묘사한 조각들이 정교합니다. 이 웅장한 모습을 보고 미국의 프로그레시브그룹 '알란파슨즈프로젝트'도 '가우디'라는 앨범에서 이 성당을 찬양합니다.

뾰쪽탑은 어느정도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올라 간 다음 구불구불한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올라 갈 수 있었습니다. 작은 창밖으로 보이는 시내의 풍경과 그 높은 곳까지 정교하게 붙여있는 색타일을 보면서 거장의 고단함과 노고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공사중이라고 들었지만, 앞부분만 완성이 된 채, 건물의 중간과 뒷부분은 철골과 크레인이 어울어진 공사판이었습니다. 앞부분은 예술인데, 뒷부분은 공사판이라니... 정말 이상한 광경이었습니다. 성당을 보고 길가에 있는 카페에서 스페인 음식을 먹었습니다. 지방마다 요리가 틀린 것 같습니다. 이쪽은 해안이라 그런지 해산물 요리가 많았습니다.

다음날에는 가우디의 '카사밀라'와 '구엘공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도시 곳곳에 가우디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사밀라'란 아파트 같은 것으로 지금도 사람이 세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것도 역시 돌을 마치 자유자재로 다뤄 유장한 곡선미와 적당한 채광효과 등이 멋집니다.

가우디의 서재
구엘공원에 갔습니다. (구엘은 이 프로젝트를 의뢰한 사람이름이라죠)한참 높은 곳에 있어서 굽이굽이 올라갔는데, 가는 길에 일정한 간격으로 계단과 사람이 접근하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에스켈레이터가 번갈아 있어서 신기해서 장난을 쳤습니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그때 저는 첨보는 것이었거든요.)
구엘공원... 의외로 관광객이 많더군요. 노르웨이에서 왔다는 일가족을 만났습니다. 아빠와 엄마와 10대로 보이는 두 딸... 다들 거의 벌거벗은 모습이었습니다. 딸들도 반바지에 브라탑만 입고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공원에 도착해서 예쁜 원색의 타일들이 붙어 있는 분수대와 회랑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 두 남자가 서정성이 넘치는 기타연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가서 동전을 넣었는데, 동양인 여자가 이상한지 유심히 보더군요. (쑥쓰...) 이 곳에는 가우디의 집이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의 습작품과 유품들이 남아서 저도 가우디 서재에 있는 책상옆에서 한 컷! 마치 가우디의 영혼이 그곳에 남아 있기나 한 듯이 조심스러웠답니다.


그라나다

자, 이제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 그라나다로 떠납니다. 그라나다 간다고 하니까 호텔매니저 아저씨가 자기도 한번 갔다왔는데 "일생에 한번은 봐야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부푼가슴으로 출발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밤기차 입니다. 이번에는 8시간 걸립니다. 바로셀로나를 출발하면서 바다가 보였습니다. 역시 큽니다.!!! 지나치면서, 저 바다에 발 한번 못 담근 것이 무척 후회되었습니다. 큰나라는 하늘도 바다도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기차를 타서 오전에 도착하기 때문에 쉽게 해가 져버려서 바깥풍경은 많이 보지 못하였습니다. 무슨무슨 사고가 생겨 순식간에 1등석 칸에서 직원들이 쓰는 4인용 침실로 옮겨가는 일도 있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그라나다의 첫 인상은 알함브라 궁전이 절반을 차지하는 작은 시골이고, 멀리서 본 궁전은 그렇게 낭만적인 성이 아닌 거친 토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궁전안에 있다는 숙소는 이미 단골에다, 1년전부터 예약한다는 말로 아예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전망으로 궁전이 보이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묵은 방중에 제일 깨끗하고 예쁜 방이었습다.

카를로스4세 궁전앞에서 -알함브라 이후에 지어짐여장을 풀고 궁전을 향해 갔습니다. 알함브라 입장권을 끊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생각보다 척박하고 메마릅니다. 타레가의 '알함브라궁전 (mp3 듣기)'의 기타선율과 같은 서정성을 기대했던 저는 내심 실망했습니다. 푸석한 땅과 더위에 지친 나무들이 있는 정원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관리를 안하지?'할 정도로 볼품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슬람을 쫒아내고 그 후에 카를로스 4세 궁전을 지나자 알함브라 궁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실이 나왔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의 변방이며, 아프리카와 맞닿은 곳에 있는 곳입니다. 이슬람이 맹위를 떨쳐 스페인까지 점령했을때 유럽의 문화와 이슬람의 문화가 만나서 생긴 것이 이 알함브라 궁전입니다. 이슬람은 우상을 섬기지 않기 때문에 조각도 발달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사물의 모습을 담은 회화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발달하였습니다.

대리석을 마치 바늘만한 정과 끌로 조각 한 듯이 너무나도 섬세하고 우아합니다. 둥근 돔의 천장을 보면 하늘의 별이 쏟아질듯 황홀했습니다. 내실의 정원왕비와 공주들의 정원과 방도 보았습니다. 이 높은 곳까지 물을 끌여 들여 흐르는 것이 참 시원하고 보기가 좋았습니다. 알함브라! 이는 이름을 불러보기만 해도 너무 아름다워 한숨이 나옵니다. 정말 제 평생에 스페인의 촌인 그라나다까지 갈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마는 다른 유명한 곳을 두고 알함브라 궁전을 보러 간 것은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반성 : 그라나다 광장에서 제일 그래도 들어 본 듯한 음식을 시켰습니다. 바로 '가스파치오!' 상상한 것과 다른 음식이 나오더군요. 마치 하얀 수프같이 생긴 게 그릇에 담겨 달랑 하나 나왔습니다. 그래서 확인해봤지요. '이거 가스파치오 맞아요?' 그렇답니다. 맛이 어땠냐구요? 윽... 마늘죽 같았습니다. 그라나다는 외국이면서 마늘을 왜 그렇게 많이 쓴 답니까? 결국 한 입먹고 인상을 얼굴에 하나 가득 찌푸리면서 일어 났습니다. 이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습니다. 비록 무의식적이었지만, 그 나라 음식이며 문화인데 내 기호에 안 맞다고 대짜고짜 인상 쓴 것은 정말 실례가 된 것 같아서 지금도 미안해 하고 있답니다. )

스페인을 떠납니다.

스페인은 저에게 광활한 대지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게 해 준 나라입니다. 그라나다에서 마드리드로 돌아올 때 열차의 큰 유리창으로 보여지던 나지막한 구릉이 이어지는 풍경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라만차를 지날 때에는 '돈키호테'가 거인으로 착각했던 풍차도 보았고 간간히 서던 시골역들은 우리네 정겨운 시골역과 닮아 있었습니다. 스페인에는 톨레도, 세고비아와 같은 다른 유명한 유적지도 많았지만, 세도시 도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과거의 영광과 현대의 모던함이 함께 숨쉬는 표정이 다양한 나라 스페인!
한번쯤 꼭 여행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