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물 일지(2017~2020)

 

 

지난 3년간 나의 식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이 되어 그 추이를 기록해 본다.

원래 나는 흙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에 흙을 만지는 것을 질색했다. 또 거기에 흙 속에 사는 벌레들이 끔찍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이었다.

지금은 상토 흙은 부드럽고 포근해서 만지는 느낌이 좋고 마사토는 식물을 지지해주고 물빠짐을 좋게 해줘서 고맙고 어쩌다 벌레가 나타나도 ‘에구 이 식물이 지들한테 먹을만하게 건강한가부다’ 싶어 별로 놀라지 않고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ㅎ

1. 수경재배의 시기(2017~2019) – 뿌리에 대해 알다

2017년 봄에 집에 있는 물건들을 버리거나 정리하면서, 남은 공간을 녹색으로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나마 깨끗하고 관리하기 쉬워 보이는 수경재배를 시작했다. 그때 들여온 것이 아이비, 스킨답서스, 트리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식물을 들여올 때만 해도 나는 ‘식물은 물이 항상 차 있으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 정도 밖에 없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습기는 많은데 통풍을 해주지 않아 트리안은 곰팡이가 생겨 버렸던 것 같다.

아무 생각없이 수경재배만 3년 했지만, 이 기간 동안 식물의 뿌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고, 모든 식물은 뿌리가 다르다는 것, 뿌리 모양에 따라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처음에 키우기 시작한 스킨답서스 5장 잎을 수경에서 작게 키우다가, 2020년 최근에 흙으로 옮겨 주었다. 잎도 커지고 새 잎도 많이 난다. 흙으로 옮겨 준 후 번식이 너무 왕성해서 화분이 자꾸 늘까 걱정될 지경.

 

2. 배수구 없는 화분에 흙 넣어 키우기(2019~2020. 8) – 흙에 대해 알다

물에 꽃아 놓는 덩쿨 식물들만 기르다가, 몬스테라 같이 큰 식물도 기르고 싶어져서 데려왔는데, 이 몬스테라는 너무 커서 물에만 넣기에는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았다.

마침 ‘배수구 없는 용기에도 식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프리미엄 흙인 리치소일을 알게 되어, 투명한 화분에 흙을 넣고 심어 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여전히 흙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주저 되었지만, 식물을 지지하려면 흙 밖에 답이 없었다. (그 전에 수정 구슬 같은 것도 이용했으나, 오염이 걱정이 되어 곧 포기했다)

하지만 몬스테라의 새 잎은 기운이 없고 크기가 작었으며, 잎이 찢어지지 않았다.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일조량’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처음의 모체 큰 잎에서 몇개의 새 잎이 났으나, 흙에 심어 줬음에도 기운이 없고 커지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나는 이게 일조량이 부족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어린 잎 1개를 흙에 심어 주고 빛을 쬐어 주었더니 곧 큰 잎이 생기고 잘 자라기 시작했다. 아직은 어린 몬스테라라서 언제 찢잎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잎이 예쁜 관엽식물이 좋아 보여서 잘 키울 수 있을지 불안해 하면서 선택한 ‘스노우 사파이어’. 가을에 데려왔는데 겨울에도 잎을 잘 내어서 정말 고마웠었다. 그 다음해 여름에 자구도 2개나 내고 순조롭게 잎을 잘 내고 있는 키우기 좋은 아주 착한 아이이다.

잘 자라는 스노우 사파이어에 용기를 잎이 예쁜 아글라오네마 핑크 얀냐마니를 데려왔다. 처음에 배수구 없는 유리병에 키우다가 흙과 물주기에 좀 자신이 붙고나서 배수구 있는 플라스틱 화분에 옮겨 심어 줬다.

 

3. 코로나의 시기: 다육을 기르기 시작하다 (2020. 6) – 물주기, 일조량, 통풍, 흙에 대해 공부하다

처음에는 다육에 대해 예쁘다는 생각이나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코로나 시기에 유튜브를 자주 보다 보니 다육이를 열정적으로 기르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이 사람들이 자꾸 “예쁘다, 예쁘다” 하니 내 눈에도 예뻐 보였다. 또한 관엽이 예쁘긴 하지만 집이 좁아서 덩지가 큰 식물들을 늘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다육이 3개. 해가 필요하다는 말을 유튜브로 미리 들어서 책 볼 때 쓰는 탁상 스탠드를 비춰 주며 애지중지 하다가 마침내 서가 한칸을 비우고 몇개 더 들이게 되었다.

지금 키우는 다육이 몇 종. 애지중지 하던 에보니 하나는 더운 여름날 휴가 다녀와서 보니 성장점에 곰팡이가 하얗게 피어 있어서 슬픈 마음으로 보내 주었다. 처음 고른 아이들은 내 눈에 예뻐서 고른 것들인데 다육 초보에게 와서 과습에 흙관리에 고생을 많이 하는 중이다. 많은 아이들 중에  ‘우리 집에 와서 뿌리 잘 내리고 적응 잘하는 아이가 결국은 예쁜 아이’가 되었다.

 

4. 식물등과 선풍기를 활용하기 시작하다(2020. 6) – 인공 환경을 만들다

다육이를 키우면서(사실 유튜브로 식물에 대해 배우면서) 비로서 식물에게 필요한 일조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듬뿍 물 주던 것도 다육이를 키우면서 모두 적정량이 있다는 것, 물 많이 주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통풍을 잘 해 줘야 곰팡이나 벌레도 덜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식물등을 구입해서 달아주고 선풍기도 시간 맞춰 켜서 바람을 불어 주고 있다. 덕분에 웃자라거나 과습으로 아주 망치지는 않고 키우고 있다.

필립스 등이 좋은데 무게가 무거워 설치가 쉽지 않고, 집게등은 타이머 시간이 자꾸 당겨져서 시간 맞추기 곤란하다. 하지만 실내에서 키우기에는 식물등 덕이 큰 것 같다.

 

5. 모든 관엽식물을 배수구 있는 화분으로 옮기다. (2020. 8) – 식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다

2020년 8월, 드디어 마음을 먹고 관엽에 한해서는 배수구 없는 투명한 용기에서 옆구리에 홈이 있는 슬릿 분으로 교채해 주었다. 배수구 없는 유리 용기도 나쁘지는 않았으나, 과습이 걱정되어 통풍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배수구 있는 화분으로 옮겨 주었다. 또한 몬스테라나 고무나무가 더 커지면 유리용기로는 감당이 안되어 언젠가는 배수구 있는 화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 준 것이기도 하다.

분갈이 매트 위에 놓고 흙을 다루면 신문지보다 훨씬 편하다.

식물 키우기에 여러가지 자신감이 생기면서 그 동안 자신 없었던 식물들도 다시 들여 오게 되었다. 처음 도착한 날 수박페페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더니, 몇일 지나자 생생해지고 새 잎을 연달아 올리고 있다. 수박페페는 잎이 두꺼워 다육이에 가까운 것 같아 펄라이트를 40%정도로 섞어 배수가 잘 되게 해주고 물이 반 정도는 말라야 물을 주는게 좋을 것 같다는 스스로의 판단도 생기게 되었다.

 

6. 2020년 코로나가 내게 준 것 – 본격 식물 재배

이제 집에는 내가 즐기고 돌볼만한 정도의 미니 정원이 생겼다. 다육이 10여종, 관엽 10여종으로 모두 흙에 심어져 있다. 수경재배하는 것은 개운죽 1개가 있다. 2020년 코로나와 긴 장마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 못했는데 유튜브로 식물 재배에 대해 배우고 또 식물 키우는 재미가 늘어 좋다. 한번 식물을 돌보기 시작하면 세시간이 후딱 간다. 농부도 식물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구나, 식물은 급하다고 빨리빨리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식물 돌보는 즐거움은 계속 가지고 싶다.

나는 비록 현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렇게 느리게라도 조금씩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늘어가니 좋다.

 

2 thoughts on “나의 식물 일지(2017~2020)

  1. 지식과 자신감, 정원, 안정감… 많은 것을 얻으셨네요. 어떤 상황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강인한 마을을 갖고 계시네요.

    • 좋은 말씀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이들면서 성질 좀 죽이고 싶은데, 느리지만 정성에 반응을 하는 식물 키우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식물과 함께 나이들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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