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10/100] 불안(Anxiety)과 성과(Performance)간의 관계

[Comment]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불안강박이 높은 편이었는데, 이 것이 너무 스스로를 힘들게 해서(아마 타인도 비슷한 수준으로 힘들게 했을 듯.)  좀 느긋해하고, 덜 예민하며, 불안하지 않아도 될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노력했다.

불안과 강박은 ‘완벽에 대한 집착’을 낳기 때문에 계속 확인하고 집중하게 만들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착각할 수도 있으나, 너무 과도하면 스스로나 타인을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잘 통제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영어의 Choke은 보통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숨을 못 쉴 때’ 혹은 ‘목졸림 등의 이유로 숨이 막힘’ 정도로만 알았는데, 이 기사를 보니 ‘질식’, ‘위축’, ‘불안’ 등으로 널리 쓰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질식’이나 문맥에 따라 원문 그대로인 Choke, Choking으로 옮겼다. (말콤 글래드웰은 Choke는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Panic은 무지에서 오는 불안이라고 했다)

*이하 본문에 포함된 11개의 사진과 1개의 동영상은 내가 따로 찾아 추가했다.


The Relationship Between Anxiety and Performance

출처 : Harvard Business Review Blog, 저자 : Scott Stossel, 내 맘대로 의역 많이.


나는 숨이 막혔다. (I cho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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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절규. Edvard Munch ‘The Scream’ (1893)

그건 확실히 나보다 못한 선수와의 중학교 테니스 시합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불안에 압도되었다. 시합 시작전에는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했지만, 시합중에는 빨리 코트를 벗어나고픈 생각뿐이었다. 토할까봐 걱정할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트름을 하면서 테니스 공을 코트 밖으로 보내거나 네트 쪽으로 쳤다.

나는  6-1, 6-0으로 두번 다 졌다.  악수를 하고 코트를 벗어나면서 바로 안도감이 들었다. 내 팽창한 위도 안정이 되었다. 불안이 가라앉자 동시에 자기혐오가 떠올랐다. 경기의 중요도는 낮았지만, 나에게는 매우 큰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뚱뚱하고 기름진 폴(물론 가명이다)에게 패했고 그 결과는 점수 종이에 기록이 되고 모두가 볼 수 있는 라커룸에도 붙여졌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견딜 수 없는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합에 지는 일)이  학창 시절 운동경기에서 10여 차례도 넘게 일어나자 나의 코치들은 의아해했다. 그들은  연습 때는 뛰어난 선수가 어떻게 중요한 경기에서는 이기지 못하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신이 불안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가?'

어떻게 불안을 다스릴 것인가? (출처 : devinrose.heroicvirtuecreations.com)

어떤 일을 해내리라 기대를 받을 때 숨이 막히는 것(즉, 테니스 시합을 하든, 자원이나 업무에서 주요 역할 혹은 좋은 역할을 놓고 경쟁을 하든)은 놀라울 정도로 일반적인 일이다. 인구의 5분의 1은 이러한 현상이 정기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일정부분 타고난 것이기도 해서, 나이가 들고 통찰력이 생긴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폴과 경기를 치룬 30년이 지난 후에도 나는 여전히 자주 고틍스러워한다.

어떤 사람이 숨막힐 듯 불안해지는가?  또 왜 그럴까?

공포에 질린 사람은 어떠한 상황에서는 최상의 성과를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못하기도 한다. 빈번히 질식하는 엘리트 운동선수 명단은 매우 광범위 하다.

호주의 골프선수 그렉 노먼(Greg Norman)은 1996년 마스터즈 경기에서 리드하고 있던 결승전에서 몇 홀을 남기고 통제할 수 없는 긴장감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었었다.
[그렉 노먼이 1966년 마스터즈 경기 결승전에서 연달아 실수하고 있다. (일본어 중계)]

체코의 유명한 테니스 선수인 야나 노보트나(Jana Novotná)는 1993년 윔블던 경기에서 압박감에 무너져서 그때까지 이기고 있던 슈테피 그라프(Steffi Graf)에게 지고 말았다.

경기에 진 뒤 흐느끼는 야나 노보트나 (출처 : wimbledonbetting.org)

월터급 챔피온이었던 로베르토 듀란(Roberto Durán)은 수 백만 달러가 걸린 슈가 레이(Sugar Ray)와의 경기에서 8라운드 16초를 남기고 심판에게 항복의 의미로 손을 들고 “그만, 그만. No más, no más [No more, no more].”이라고 애원했다. 그때까지는 듀란은 천하무적이었지만 그 이후로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기권자 혹은 겁쟁이로 거론된다.

Roberto Duran이 Sugar Ray와의 경기 중 손을 들고 기권하는 모습 (출처 : collider.com)

Roberto Duran이 Sugar Ray와의 경기 중 손을 들고 기권하는 모습 (출처 : collider.com)

(※역자 주 : 스포츠 역사상 불안감으로 망친 10대 경기를 보려면 The 10 greatest chokes in the history of sport 참고)

심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스포츠계에서는 “속이는 사람 cheater”보다 “공포에 질린 사람 choker” 으로 불리는 것이 더 나쁘다. Choke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망치게 한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시카고 인지심리학자 시안 베일록(Sian Beilock)은 이런 경우를 “실행자가 과거에 이룬 성과나 현재의 기대치에 비교했을 때 가장 최악의 결과”라고 정의한다.

스포츠에서 군대, 그리고 직업의 세계까지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여러 분야에서 Choking은 불안 때문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용기 부족이나 나약함의 신호로 보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연구는 타고난 생리(physiology)와 스트레스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간의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의 신경펩티드(neuropeptide Y, NPY,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두뇌의 신경전달물질)의 할당량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태어날 때부터 상대적으로 결정되어 있으며, 후천적 학습보다는 유전적인 면이 더 크게 작용한다. NPY가 높은 사람은 평균보다 더 심리적인 회복 탄력성이 높으며,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잘 견디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군인들이 Warrior Mind Training Course에 참여 하고 있다. (출처 : psmag.com)

하지만 “후천적 학습 혹은 양육 Nurture”의 요소도 있다고 한다. 심리적인 회복탄력성은 학습할 수 있는 기질이기도 해서 미 국방성은 이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돈을 들였다. 양육이나 훈련의 영향으로 압력을 견딜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높은 수준의 NPV가 생성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발견되는 Choking에 대한 ‘명백한 감시 explicit monitoring’ 이론에 따르면, 너무 과도하게 집중하고 신경쓸 때 실패하게 된다고 한다.  이 것은 그 동안 공공연하게 회자되던 ‘성과의 질과 집중력의 정도는 큰 연관이 있다’는 이론과 반대되는 것이었다. 베일록(Beilock) 언급한 대로, 망칠까봐 너무 과도하게 걱정할수록 망칠 확률이 더 높아진다.

Choking으로 인한 실수는 그들 생애 내내 완벽을 요하는 운동선수들에게 특히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출처 : Halfdark / Getty Images)

베일록(Beilock)은, 실험을 통해 운동선수들에게 그들의 타법이나 스윙의 매커니즘보다는, 다른 것에 집중하게 해서 극적으로 운동선수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운동선수들에게 머리 속으로 시를 낭송하게 한다거나 노래를 부르게 하면 심리적인 압박에 대한 집중을 분산하게 해서 재빠르게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만성적인 Choker들(특히 임상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 끊임없는 자신에 대한 회의(예: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멍청해 보이지 않을까? 바보가 되면 어떡하지? 내가 떠는 것이 보이려나? 목소리가 떨리는 게 들리려나? 직업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임무에 집중하지 못한다고 한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브래들리 햇필드(Bradley Hatfield)에 따르면, choke 중이거나 바로 그 전 단계에 있는 운동선수들의 뇌를 보면, 걱정과 자기 감시의 신경성 ‘교통정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choking하지 않는 이들(어떤 압력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Tom Brady나 Peyton Manning과 같은 사람들)의 뇌를 보면, 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만 사용하기 때문에 신경활동이 매우 “효율적이고 간결”하다.

페이튼 매닝 Peyton Manning(왼쪽)과 톰 브래디 Tom Brady(오른쪽)(출처 : gridirongrit.com)

우리처럼 외적 자극에 쉽게 동요하도록 만들어진 몸을 가진 사람들은 압박이 가해져 올때마다 Choke 되도록 만들어졌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신이 막 불안과 성과간의 관계를 풀기 시작했다면 매우 복잡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 것은 동시에 불안하기도 하고 효율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스턴 셀틱을 11번 승리로 이끌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야구선수 빌 러셀(Bill Russell)을 보자. 그는 NBA 올스타팀으로 12번이나 뽑혔고 리그 중에 가장 가치있는 선수로 5번 선출되었다. 그는 그 시대의 가장 훌륭한 방어수와 다방면에서 승리자로 알려져있다. 그 누구도 Rusell의 강인함이나, 챔피온 자질이나, 그의 용기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는다.

어느 표에 따르면, 그는 1956년과 1969년 동안 치른 1,128번의 게임에 앞서 불안 때문에 토했다고 한다. 1968년에 그의 팀 동료였던 존 하블리첵(John Havlicek)은 작가인 조지 플림튼(George Plimpton)에게 “소리 또한 굉장했어요. 그가 토한다는 것은 경기 때문에 긴장했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라커룸에 모여서 씩 웃으며 “이봐, 우린 오늘 저녁도 괜찮을거야”라고 이야기 하곤 했어요.”라고 말했다.

1960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경기에서 빌 러셀(6번)이 윌트 챔벌레인의 공을 막고 있다. (출처 : achievement.org)

불안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들처럼 러셀도 위 신경장애가 있었다. 하지만 러셀과 다른 전형적인 불안장애 환자와의 큰 차이점은 (물론 러셀의 초인적인 운동경기 능력은 제외하고) 그의 불안과 성과 간의 긍정적인 상호관계였다. 1963년 시즌이 끝날 무렵, 러쎌은 토하기를 멈췄고, 그는 가장 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에게는 신경성 위는 효율을 넘어 성과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과연 어느 정도 불안이 과도한 것일까?

사회적·경제적 구조가 끊임없이 붕괴하고 있고, 전문적인 역할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대의 탈산업화 시대에 불안해 하는 것은 일반적인(심지어는 적응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 자신도 광장공포증으로 고통을 겪었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올바른 공포를 느끼는 종(species)들은생존 확률이 높다”고 했다. 우리처럼 불안감이 높은 사람들은 전투기 조종사보다는 유전자 풀에서 제거될 확률이 낮다.

하바드 출신의 심리학자인 로버드 예키스(Robert M. Yerkes)와 존 딜링함 도슨(John Dillingham Dodson)은 백여년 전, 인간과 동물에게 있어 불안을 잘 조정하는 것이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았다. 너무 심한 불안은 확실히 성과를 방해하지만, 그렇다고 영향을 크게 미치지도 않는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이후로 동물과 인간에게 여러번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불안과 성과에 관한 ‘여키스와 도슨의 법칙’ (Yerkes–Dodson law)

“불안이 없으면 어떤 것도 이뤄질 수 없게 되었다. Without anxiety, little would be accomplished” 라고 보스턴 대학 불안 및 관련 질환 연구 센터 설립자인 데이비드 바로우(David Barlow)가 썼다. 덧붙여 “운동선수, 연예인들, 회사 중역들, 장인들 그리고 학생들의 성취가 고통받고 있다. 창의성은 사라질지 모르고, 곡물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는 우리가 나무 그늘 아래서 목가적인 상태로 오랜 시간 찾아왔던 모든 성과들을 없애 버렸다. 이 것은 핵 전쟁 만큼이나 우리에게 치명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떻게 불안이 도움이 되어 성과를 높일 수 있을까? 정말 어려운 문제다.

나는 몇 년간의 명상과 집중적인의 치료 요법으로, 집중의 중심에서 나 자신을 없애기 보다는, 나의 신체적인 신경의 예민함을 덜어내어 더 잘 하려고 집중할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tibetculture.lu)

예를 들어 이사회나 고객에게 프리젠테이션을 할때 긴장을 하는 사람들은 (임상적인 불안장애자가 아닌 한) 베일록(Beilock)이 운동선수에게 했던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를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을 떠올려라. 자동적으로 일에 집중하고 수행할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들을 익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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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xiety에서 Flow로 이동하라 그러려면 Ability를 높여야 한다.

 

결과물이나 성취에 대해 걱정하고 인지하기 보다는, 당장 손에 든 임무에 집중하라. 침착하게 사전에 준비하고(하지만 너무 강박적이지는 말고), 그 순간에 머물러라. 불안을 느낀다면, 너무 긴장하는 것을 막고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횡경막으로 호흡하라. 그리고 기억하라. 긴장하는 것은 좋다. 적정한 양의 긴장감은 당신의 능력을 높여줄 것이다.

My Age of Anxiety: Fear, Hope, Dread, and the Search for Peace of Mind by Scott Stossel (출처 : Amazon)

이 글은 저자의 책 ‘나의 불안의 시대 My Age of Anxiety’에서 차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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